21일 열린 참행복나눔마라톤 대회에서 5km 코스를 달린 문광순 참행복나눔운동 이사장(오른쪽)과 윤정하 굿숨 대표
출발 신호가 울리자 문광순 참행복나눔운동 이사장(85)이 발을 내딛었다. 옆에는 윤정하 (주)굿숨 대표가 나란히 섰다.
윤 대표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분이 5km를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중간에 함께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두 사람은 21일 상암월드컵경기장 옆 평화의 광장에서 일린 ‘참행복나눔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 나란히 도착했다.
참행복나눔마라톤은 문 이사장이 참가한 세 번째 마라톤 대회이면서, 그가 85세에 우먼타임스와 공동으로 주최한 첫번째 마라톤이다. 그에게는 특별한 은혜가 있었다. 장애인 그룹이 단체로 참가해 함께 달렸고, 연세가 90을 넘긴 이은방 서울대 명예교수가 완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최 측은 이 교수에게 특별상을 준비했다.
문 이사장은 평소 합창으로 단련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큼은 따로 준비를 했다. "할머니하고 같이 청계천을 걸었다"고 했다. 거창한 훈련이 아니었다. 친숙한 길을 친숙한 사람과 함께 걷는 것이었다.
그 준비가 5km 코스를 버텨내게 했다. 완주하긴 했지만, "힘들어서 마지막에는 걸어서 들어왔어요."라고 한다. 걸어서라도 결승선을 밟았다. 그게 전부였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윤정하 대표가 보조자로 나선 것은 문 이사장 곁에서 함께 달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자 상황이 역전됐다.
"처음에는 언제 5km를 다 뛰고 결승점에 올 수 있을까, 중간에서 리턴을 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때 눈앞에 문 이사장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뻘 되는 나이의 사람이 묵묵히 발을 옮기고 있었다. 포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끝까지 완주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다 올 수 있었습니다." 완주 후 윤 대표는 웃으며 고백했다. "제가 보조를 한 게 아니라 보조를 당한 것 같아요."
달리는 내내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참가자들이 지나칠 때마다 응원을 보냈고, 이른 아침 잠을 포기하고 나온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이야기했다. 앞으로 참행복나눔운동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자는 다짐도 나왔다.
윤 대표는 처음 뛰어본 마라톤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정리했다.
"기록을 위해 달리는 분도 계시지만,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유 있게 뛰는 것도 나름 좋았습니다. 이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우리만 갖지 말고 두루두루 같이 공유하자고요."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문 이사장은 다음 대회를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처음 준비한 대회였지만, 이 경험을 살려서 다음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참가해서 참행복나눔이라는 좋은 취지의 운동이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85세의 이사장이 걸어서 들어온 결승선이, 그 말의 무게를 더했다. 기록이 아니라 완주. 속도가 아니라 동행. 그것이 이날 참행복나눔마라톤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출처 : 우먼타임스(https://www.wome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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